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Hippietopia

파버카스텔 수채색연필 60색 컬러차트 본문

컬러차트

파버카스텔 수채색연필 60색 컬러차트

Hippie_ 2019. 9. 6. 05:15

 

   문구점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비전문가용 파버카스텔 수채색연필은 벌써 1년간 거의 쓰지도 않고 모셔만 놓았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손을 잘 대지 않았다. 기껏 해봐야 컬러링 북에 조금 끄적여보는 정도? 하지만 요즘 들어 다시 부쩍 그림에 대한 욕심이 생겨나면서부터 파버카스텔 60색 하나하나 어떤 발색을 가지고 있었는지 되짚어 보고 싶어 졌다. 그렇게 단순한 충동과 약간의 도전의식으로 시작한 파버카스텔 수채색연필 60색 컬러차트 만들기였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

   말이 60색이지 칸 60개만 만들어 칠하면 되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냥도 아닌 수채색연필이다. 때문에 한 자루당 일반적인 발색과 물이 닿았을 때의 발색을 알아두면 나중에 더 좋은 표현을 위해 참고할 수 있을 자료가 될 거라는 판단으로 보급용 스케치북에 120개의 칸을 샤프로 그었다. 벌써부터 뻘뻘...

   그리고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최대한 그러데이션이 나타나도록 색칠하기를 반복. 사진으로 찍어서 보니 나 그러데이션 정말 재능 없다. 어차피 나 쓸 거라 어떤 색이 나타나는지 참고만 하면 되지만.

   으아... 언제 끝나...! 미켈란젤로나 고흐도 자기가 쓸 컬러차트 만들면서 이랬을까...!! 머리 쥐어 뜯!! 때아닌 반강제 컬러링 중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과정도 나한테는 너무 오래 잊고 있었던 추억 같은 거라서 괴로움 반, 즐거움 반이었다. 이 수채색연필은 딱 한 가지 장점이 곧 단점이 되기도 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펜슬라인이 육각이라는 것! 장시간 쥐고 있다 보면 물집이 잡히기도 하고, 벌겋게 자국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각진 라인 덕분에 펜이 데구루루 떨어져 여기저기 굴러다닐 일이 없다는 건 인정.

   그리고 주제를 벗어난 소리지만, 동봉된 연필깎이로 슥슥 돌려서 나온 잔해물들을 보면 오묘하게 감성을 자극해서 예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둥글둥글한 펜슬라인은 특유의 각져서 사각사각거리는 소리가 없기도 하고. 뭐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가보다. :D

   대략 3시간 정도 걸려 파버카스텔 수채색연필 60색 컬러차트를 완성했다. 크-, 이 뿌듯함! 오랜만이구만 :D 이렇게 다양한 색상들을 모아놓고 보니 참 감회가 남다르다. 나한테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몇몇 가지의 색상들이 사실은 물에 풀어지면 이런 느낌이 도는구나, 같은 거? 사실은 그게 전혀 아니었는데, 단순히 내 눈에 익숙해져 버렸다고 간과한 탓에 여태 눈치 못 챘던 의외의 재발견이었다. 물칠은 틴케이스 안에 함께 들어 있던 붓으로 하긴 했는데, 붓모가 고르지도 않고, 내가 물 조절에 실패하기도 했고, 붓을 쥐었던 손의 감각도 덜 돌아와서 군데군데 삐죽삐죽 칸을 튀어나온 게 보인다. 그러데이션도 망했네. 그래도 이만하면 당장에는 만족하고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영 보기 불편하면 이 짓을 한 번 더 하면 되니까...? :)

Comments